일상

나츠메 이츠키 12집, Cloud9 스트리밍 해금 기념 곡 별 감상 + @

SkyRayN 2025. 11. 30. 21:00

 ※본 포스팅은 나츠메 이츠키 개인 12집, Cloud9 수록곡 전반과 특전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전소설의 경우, 실물 앨범의 띠지 뒤쪽에 들어가있는 QR코드를 통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앨범 구매처)

 

 

 진짜 이래저래 읽으면서 느꼈던 수많은 생각을 가감없이 토해낼 예정이므로, 스포일러가 싫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근데 가시기 전에 Rage Against The Euphoria는 들어주세요 그냥 곡 자체가 멋지니까

 

 

들어가기에 앞서

 

 나츠메 이츠키라는 가수는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좋아하고, 그런 노래를 하고 싶어하고, 그걸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봤던 이야기인데, 어지간한 창작자는 한평생 다루는 주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많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많은 글을 쓴 작가나, 만화가나, 어지간해서는 이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고.

 이 말은 의외로 창작자의 한계를 규정하거나 비난하는 말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창작이라는 이런 자기학대적인 작업을 통해가며 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의외로 좁다는 거에 가까울 겁니다.

 

 제가 봐 온 나츠메 이츠키라는 사람은, 그 주제가 거짓과 진실에 있지 않나? 그게 제가 생각하는 나츠메 이츠키의 창작관을 뚫는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단순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전 앨범들을 전부 읽어보며 일관되게 느껴지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인걸요.

 

 일단은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공개된 정보부터 이야기합시다.(특설 사이트)

 

 Cloud9의 스토리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세상이라면, 불행한 채여도 상관없어."

 

 C9 스코어라 불리는 수치에 따라 개인의 행복도가 수치로 나타나는, 신사가미 연구학원도시.

 이 도시에서는 "건강한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수치가 일정치 아래로 내려가면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아야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쿠죠 호다카의 수치는, 연인을 화재로 잃은 뒤로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그녀의 죽음은 정말로 사고였는가?

 호다카는 어떤 비밀을 공유하는 클래스메이트, 나기사와 샤논과 함께 연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쫓는다.

 사별의 아픔을 "치료"당하기 전에, 호다카는 진실에 다다를 수 있는가?

 

 

 이 개요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행복함을 C9 스코어라는 수치로 계측하는 학원도시가 배경.
  • 이 도시에서는 행복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행복하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치료"받아야 함.
  • 주인공은 연인을 떠나보낸 이후로 이 수치가 계속 나빠지고 있음.
  • 연인을 떠나보냈던 화재는, 과연 사고였나? 사건이었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
  • 주인공은 조력자인 클래스메이트와 함께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함.
  • 여기에는 시간제한이 있음. 슬픔이 "치료"되어버리기 전. 다르게 말하면 강제로 치료를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이며, 이는 어떠한 형태로든 기억과 연관이 있음을 암시함.

 

 이 사전정보를 들고 이제 타이틀곡을 같이 들어봅시다.

 

  • 행복함을 C9 스코어라는 수치로 계측하는 학원도시가 배경. 

01

 -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실시간 계측 및 조회가 가능함

 - C1까지 내려가면 경보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고지가 이루어짐

 - "C9" 스코어라는 명칭과, C5 ~ C1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건 뒤의 숫자가 행복함의 수치이며, 내림차순일 것. 다음 컷에서 사실상 C1 ~ C9 스케일임이 암시되긴 합니다.

 

 

 

  • 이 도시에서는 행복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행복하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치료"받아야 함.

 - 기본은 약물치료.

 - 그런데 당장 MV에서도 약을 버리고, 손을 쳐내는 장면이 나오는 시점에서 복용이 강제가 아님을 알 수 있음.

 -  "치료"가 진전이 없다면 강제성이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암시. (슬픔이 "치료"되어버리기 전에,)

 

 

  • 연인을 떠나보냈던 화재는, 과연 사고였나? 사건이었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

01

 - 화재, 그리고 라이터. 과연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이 있는가?

 - 정말로 사고였는가?

 

 

  • 주인공은 조력자인 클래스메이트와 함께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함.

01

 - 위의 약물치료 씬에서 이어지는 부분인데, "비밀을 공유하는" 클래스메이트라는 점에서 주인공이 약물치료를 거부한다, 라는 비밀을 공유함을 알 수 있음.

 - 그렇지만 과연 이 조력자는 순수한 선의로 다가온 조력자인가? 에 대한 의문을 더하는 컷.

 

 그 외에, 가사에서 킥이 되는 "For whom the bell tolls?", 그리고 "The bells are tolling for me." 에 대한 근거는 대놓고 거대한 종탑을 보여주면서(...) 암시를 해줍니다.

 

 이거는 전 앨범들에서도 자주 쓰던거라 보너스? 적인 점이긴 합니다.

 

 그리고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 지에 대한 암시이자 대략적인 정리는 마지막 대목,

僕が僕を生き抜く為に この怒りを手放しはしない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선 이 분노를 놓을 수는 없어
君が君をやり遂げる為に この悲しみを歌うしかない
네가 너로써 완전해지기 위해선 이 슬픔을 노래할 수밖에 없어
僕が僕を生き抜く為に この人生を手放しはしない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선 이 삶을 놓지는 않을 거야
人が人をやり遂げる為に この人生を賭けるしかない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선 이 삶을 내걸 수밖에 없는 거야

 

 이 가사로 갈음해볼까요. 벌써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자, 그러면... 이제는 진짜로 스포일러의 영역입니다. 앨범 특전소설을 보지 않으셨다면 뒤로 가주세요!


특전의 구성과 곡 감상

 

 이번 Cloud9은 총 4장에, 글자수로는 10만자 정도 되는 분량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오신다면, 어지간한 단편 소설 한 권에 준하는 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번역 다 하니까 대충 그쯤 나오더라구요.

 

 곡 수와 장 수가 매칭이 안 된다면 이제 암시하는 게 있죠. 각 수록곡이 어느 한 파트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생각대로, 각 수록곡마다 상징하는 인물이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그러면 시작할까요...

 

フロートガール(플로트 걸)

 

 Cloud9에서 한없이 무거워질 수도 있었을 흐름을 끊임없이 환기해주는 분위기 메이커이자 감초, 아즈미 키리카 양의 테마곡.

 

 플로트 걸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부동소수점에서 모티브를 땄겠구나~ 하고 번역했던 가사였는데 다 읽고 나니까 아즈미 키리카라는 사람에 딱 들어맞는 가사기도 했습니다.

 갸루라는 속성에 맞게 별다른 생각 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고민을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가장 사려깊은 사람이라는게 의외라면 의외였네요.

 

 

思春期は延長戦(사춘기는 연장전)

 

 이... 곡은 좀 고민이 되더라구요. 기본적으로는 요로이즈카 카탄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호다카나 나머지한테도 들어맞는 구석이 있는 곡이긴 해서.

問題外!こんな大人には
논외야! 이런 어른같이는
なりたかないってあれほど
되고 싶지 않다고 그때부터
思ってたけど
생각해왔는데

 근데 이 가사를 두고 보면 빼도박도 못할, 그림같은 뺑끼치는 창작물 속 불량경찰(...)인 카탄 씨긴 합니다.

 

 살짝 끈적한 톤으로, 베이스 튕기는 거에 어울리는 창법도, 그로울링이 들어가는 것도, 일부러 다른 곡들과 창법을 다르게 했던 거구나 싶었네요.

 

SNOW DOME

4번 트랙, 텐노지 네무를 상징하는 곡.

 

 SNOW DOME(スノードーム)은 일본에서 스노우글로브를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네, 그 반짝이 들어가서 눈내리는 장식품 그거.

 

 그리고 표지를 장식하는 새하얀 드레스의 버추얼-타무의 모티브기도 할 겁니다. 앨범 재킷의 버추얼 타무는 작중 등장인물의 복장을 따오는 게 전통인데, 그 전통에 들어맞는 당사자가 네무 말고는 없습니다.

 애초에 대놓고 '비스크 돌이 떠오르는 모습', '쉬이 더러워질 것 같은 새하얀 원피스'에 사복이 늘 원피스임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제일 읽으면서 힘들었던 파트기도 했습니다. 어느 등장인물을 상징한다는 게 단순히 캐릭터를 짚는게 아니라 연관된 사건까지 같이 담고 있는데, 개인사가... 읽으면서도 진짜인가- 했었습니다.

 

 

9i

9i. 

 

나기사와 샤논.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밖에 행복함을 느낄 수 없는, 샤덴프로이데가 아니라면 행복할 수 없었던 사람.

 

사랑을 갈구했지만(求愛), 그렇게 갈구하던 것이 헛됨을 깨달은(求, imaginary number),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자아를 포기하지 않고 갈구하던(求, I) 사람.

 

 나기사와 샤논은 단순한 조력자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이 모든 진상은 4장 끝자락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정작 그 누구보다도 타인의 불행을 바랐던 사람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모습이 나기사와 샤논이라는 사람을 완성하거든요.

毒に侵された花びらも
독에 물든 꽃잎까지도
好きだと言って
좋아한다고 해 줘

 

 이 가사가 어쩌면 나기사와 샤논이 갈구하던 사랑의 형태지 않았을까. 악의를 품고서 꾸며낸 모습이라도 좋아해 달라고,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달라고.

 

 그건 그거고, 이 곡도 "불온한" 창법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데, 그 주인공은 Son macabre입니다.

근데 9i가 상징하는 게 주역인 반면 Son macabre는 주역을 상징하는 노래는 아니라는게 가장 큰 차이일듯?

 

 

Stay Alive

 마지막 대단원은 주인공, 쿠죠 호다카가 나기사와 샤논에게 건네는 손 그 자체를 상징하는 Stay Alive가 되겠습니다.

 

 남의 불행에서만 달콤함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던 나기사와가 모든 진상을 털어놓은 다음 '시술'을 받기로, 지금까지의 삶을 없던 것으로 포기하려던 걸 붙잡는, 그런 곡입니다.

 

 지금까지 받아온 상처는 어떻게 해도 나을 수 없을 지 몰라도, 불행하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하는 대가를 같이 져 주겠다는 선언. 똑같이 남은 건 없다고 해도,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 테니 (기억을 지워버리지 말고) 살아남아달라고 붙잡는, 애절한 노래.

 

 어째서 호다카는 자신을 속여온 나기사와에게 이런 애절한 연가를 부르는가? 라고 한다면...

 

 역시 연인을 떠나보내고, 인생을 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달린 끝에 모든 걸 털어내버려서 비어버린 쿠죠 호다카라는 인물에게, 살아가야 할 다른 이유가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이유가 어찌되었던, 변명하며 주저하던 스스로를 나아갈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사람이자 무너질 것 같던 순간에 지지해주었던 나기사와라는 사람이 스스로를 포기하려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을 테니까.

 


 

 소설과 연계한 곡 감상은 이걸로 끝입니다.

 

 그러면, 이제 진짜 온갖 트리비아와 사족을 더한 지리멸렬한 감상을 늘어놓을 시간이네요......

 

 1. 신사가미 연구학원도시

     아마도 핵심 소재를 따온 모티브는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혹은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시리즈의 학원도시, 그리고 PSYCHO-PASS 시리즈의 범죄계수가 바로 떠오르기는 합니다.

 

     벌써부터 이 시스템의 모순이 보입니다. 모든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하다"는 감정을 무엇을 기준으로 계측하고 수치화할 것인가? 작중에서는 체내 화학물질과 호르몬의 뭐시기를 체내에 심은 마이크로칩을 통해서 계측한다, 정도로 묘사가 됩니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하나 튀어나옵니다.

 체내 계측 값만이 아닌, 사회적 요소가 계측 방식에 반영되어 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하락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낙폭이 크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며, 쉬이 하락하며 내려간 이후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은" 이를 낮잡아보는, '내가 쟤보다는 낫지'라는 인식을 유도해서 사회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한다.

 이미 이 자체로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회가 되겠습니다.

 

 사실 이전 작에서 나오는 근미래 도쿄 세계관, 그러니까 UNDERTAKER이나 HYPNOSONIC에서 묘사되는 도쿄 시내와 그 변두리의 모습만 해도 그다지 건전하지 않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사회상이 드러나니, 그 연장선에서 보면 크게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신사가미 연구학원도시는 외부 충격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시입니다. 외부 이미지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자급자족이 어려운 계획도시라는 특징때문일까요? 절대적인 위상을 갖고 있던 어느 인물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는 걸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시스템은 시스템입니다. 하루이틀만에 뒤집혀지지는 않습니다.

 

2. 열린 결말

     Stay Alive 이후는 상상의 여지로 남습니다. 쿠죠 호다카는 나기사와 샤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함께 살아남자고. 스스로를 지우고, 다른 사람인 것처럼 외면하지 말고, 있었던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답게 살아남자고.

 

     거짓으로 도망쳐서 편해지는 대신, 불행한 채여도 상관 없으니 살아가자고.

 

     그러니까, 이게 Cloud9의 핵심 주제가 되겠습니다. 불행한 채여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아가자, 다르게 말하자면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정직하자.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소리냐구요? 그치만 이게 나츠메 이츠키라는 사람이 늘 노래해오던 대주제라서요.

 

     이 이야기는 이전 작품들의 특전, 그리고 라이브 공연의 MC까지 전부 들어야 납득할 수도 있을 주장이겠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러면 과거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10th, ENIGMA의 특전입니다. 스즈마키 코마키라는 고등학생과, 세류 치오라는 마법사 페어로 진행되는 어반 판타지. 누가 이 특전의 서적판 굿즈를 보고 코마키 군이라고 지칭했던게 참 인상깊은... 감상이었는데요, 이 표현이 나오게 된 마지막 파트를 풀어보면 이렇게 되거든요.

 

     자신이 원해서 진 것 조차 아니지만, 자신으로 인해 원죄에서 태어난 재앙을 직시하고서 쉽게 하지 못 할 결정을 해달라고 하죠. 스스로가 태어나지 않았던 걸로, 애초에 거짓됨을 강요받았던 스스로를 포기할 각오를 하는 모습. 그게 설령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굳셈을 믿고 바라는 모습.

 

      7th, UNDERTAKER. 이번 Cloud9에서 등장하는 소재는 사실 여기서 먼저 등장했었습니다. 작중에서도 도쿄에서 먼저 상용화되었다고 언급이 있는데, 이건 아는 사람은 아! 하는 그런 포인트인데,

     여기서도 주인공은 어느 사람에게 구원받았기에, 그 사람을 돕기 위해 망설임 없이 나섭니다. 사실 반동인물이 권하는 미래가 훨씬 안정적이고, 출신 성분을 고려하면 그 이상 올라가기도 힘든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렇게 다다른 미래조차 불확실합니다. 따지고보면 메가콥이 득세하는 배경인데,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절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하고 싶은 대로 저지른 겁니다.

 

     그리고, 4th CodeQ. AIとCodeQの果て가 사실 모든 걸 설명해주긴 합니다. 사랑이란 걸 자매에게서 배운 이브가 내린 선택이 주인의 명령에 단순히 복종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라이브 쪽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 하치오지에서 열렸던 라이브 투어 VOYAGERS 도쿄의 마지막 MC에서는, 끝까지 고민한 끝에 모두에게 분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올해 초, 생일 기념으로 열었던 Winter Gift에서 선보였던 噓は真実を演じる에서도 MC에서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가사가 제 생각과는 다른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달굴 곡이니까" 선곡했다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츠메 이츠키가 말하고자 하는 대주제는 일반적으로 정직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디까지나 해석주의적 접근이니까 저만의 생각이고, 실제로 타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요.

 

3. 그래서 종은 대체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이 새끼요 이 새끼

 

     가사 자체의 레퍼런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원전을 조금 더 타고 올라가면 중세의 기도문(Meditations 17 -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이겠네요. 사실 후자 쪽에 더 가깝지 않나 싶은게, Cloud 9이라는 제목 자체가 행복감을 가리키는 지표인 만큼, 단테의 신곡이 원전일 가능성이 높지 않나.

 

     사실 답 자체는 마지막 사비에서 하고 있죠. The bells are tolling for me. 호다카는 외칩니다. 종'들'은 나를 위해 울린다고.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이 되겠습니다. 랜드마크인 저 종이 상징하는 건 C9 스코어 그 자체고, 신사가미 시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유일한 시스템이었거든요.

     종들이 울린다, 라는 건 열린 결말의 끝 어딘가에서는 저 기준이 유일해지지 않는다는 암시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개개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행정구역 단위로까지는 쪼개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네요.

 

     다만 시스템이라는 게 그렇게 빠르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설령 그 계측 방식에 문제가 있고, 신뢰성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하더라고) 쌓여온 전체적인 인지편향은 쉽게 변하지 않기 마련이며, 행정절차나 조례는 특히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거든요.

 

      그렇지만 어떤 벽이 있더라도, 호다카와 나기사와는 서로를 의지하며 잘 헤쳐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진리에 가까웠던 시스템에 구멍을 낸 당사자들이니까요.

 

4. 번역자의 감상

     사실 이거 쓰려고 지금까지 글 썼다

 

     ※번역본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저작권은 나츠메 이츠키 및 Hifumi. inc에 있으며 번역물에 관한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 하에 번역했습니다. 참고바랍니다.

 

     이번 특전이 사실상 처음으로 게재와 동시에 번역에 들어간 특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건 분량 체크. HWP 기준 10.5만자 찍히는 걸 보고 절로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HYPNOSONIC과 ENIGMA 작업할 때의 악몽이 또 스멀스멀.

A5 기준 173쪽, 총 12.2만자

 

     결론부터 말해서, 총 번역문 분량은 ENIGMA때와 얼추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작업기간은 대략 2주일 정도?

     퇴근하고 나서 하루 평균 3시간에서 4시간 작업했고, 일당 평균 1.2만자정도 옮길 수 있었네요. 주말에도 출근한다고 제대로 작업하지 못했던 걸 감안하면 꽤 준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용어나 표현같은 부분에서는 ENIGMA때보다는 할만 했는데요, 적어도 일본 전설이나 설화, 민담이나 불교 용어를 뒤져보지 않아도 됐으니까 시간이 많이 절약됐습니다. 대신에 이게 좀 고민을 할 부분이 있었는데,

 

      1. 호칭 관계

          타인한테 별명을 붙여 부르는 아즈미 키리카, 기본적으로 상즈케(ㅇㅇㅇ 상, 으로 부르는 방식)인 호다카나 나기사와, 소중한 사람만 이름으로 부르고 나머지는 성으로 부르는 네무...까지는 구분이 명확한 편인데

          호다카의 주치의는 원문에서 성에 의사, 를 붙이더라구요. 우리나라식 성씨면 크게 어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본 성씨에 호칭이 붙어버리면 어감이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상즈케에서는 씨를 빼버리고, 의사라는 지칭을 임의로 씨로 바꿔서 옮겼었습니다.

 

      2. 고유명사

          나왔다. 번역자를 언제나 괴롭히는 제일 큰 문제...는 기준을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1) 이름은 독음 요미가나를 기준으로 번역. 단, 처음 등장할 때는 원 한자 표기가 무엇인지 괄호 안에 표기

          2) 지명같은 경우도 독음 우선(원문표기), 시설은 적당히 한국식 표현으로 어레인지

          3) 행정구역은 한국식 독음 그대로. 어째서 나머지는 냅두고 행정구역만? 이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사방위 말고는 안 나와서 그냥 한국식 독음으로 옮겼습니다. 아마 다른 행정구역 명이 나왔으면 대공사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안 나왔죠? 다행이었습니다.

 

 

      3. 그 외에는 번역본 마지막 장에 역자 주로 설명을 붙였습니다.

 

     그 외에는... 원문에서 어디까지 번역자가 손을 대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좀. 이번 Cloud9 번역에서는 꽤 이것저것, 문장구조라던가 어순이라던가 손대는 걸 넘어서 원문을 살리는 것보다 최대한 우리말로 잘 읽힐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이게 또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쓰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하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틀 단위로 섭취하면서 달렸던 것보다는 꽤 건전하게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진행한 번역이라 뿌듯했습니다. 물론 절대로 퇴고를 빼먹지는 않았는데, 작업기간 마지막 이틀 동안 에버노트에서 작업한 파일을 한글로 넘기고 퇴고하는데 분명 신경썼다고 신경썼는데 오탈자가 툭툭 튀어나오더라구요. 그리고 띄어쓰기 앞에서 매번 겸손해지고 있습니다.

 

     

5. 마치며

      Cloud9, 최고의 앨범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반 트랙 셋, 그러니까 SNOW DOME이랑 9i, Stay Alive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정이 짙게 담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의 일관된 취향.

 

      Rage Against The Euphoria는 아마 RATM에서 따온 작명일 것 같은데, 솔직히 OVA 하나 내줬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을 가져봅니다.

 

      내년 가을에 나올 다음 앨범의 이야기도 기대가 되네요. 네? 내년 2월 낭독극이요? 그건 제발 영상화좀 해줬으면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 라이브는 진짜 힘들어